척박한 사막에 씨앗을 뿌리는 농부,
농부를 통해 들여다보는 우리의 삶
세상은 참 빠르게 변해 갑니다. 아무리 새로운 것이라도 금세 잊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낡은 것이 되어버립니다. 빠르게 변한 만큼 우리의 마음도 변하여, 바뀌는 속도에 맞추어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때로는 미덕으로 여기기도 하지요. 의욕적으로 시작한 일도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면 얼른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자신이 가치 있다고 믿는 일을 묵묵히 해 나가는 것. 어쩌면 요즘 같은 시대에는 자칫 ‘쓸데없는 일’, 혹은 ‘어리석은 일’로 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
책고래마을 서른여섯 번째 그림책 《사막의 농부》는 사막에 씨앗을 뿌리는 한 농부의 이야기입니다. 척박한 사막에 농사를 짓는 농부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어요. “저기서 대체 뭘 하는 거야?”라며 손가락질했지요. 누가 봐도 풀 한 포기 날 것 같지 않은 땅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농부는 손길을 멈추지 않았어요. 씨앗이 움트면 사막에 더 많은 생명이 자라고, 죽음이 깃든 것 같은 사막도 꿈틀꿈틀 기운을 되찾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거든요. 무엇보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사막 어딘가에는 멋진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거대한 모래 폭풍이 불어왔어요. 농부가 일구어 온 것들을 모두 휩쓸어 갔지요. 이대로 농부의 바람은 모두 무너지는 걸까요? 사람들의 말처럼 아무 소용없는 일, 부질없는 일을 한 걸까요?
살아가면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길에는 여러 갈래가 있습니다. 쉽고 편한 길이 있는가 하면, 가시밭길처럼 고되고 힘들어서 피하고 싶은 길도 있어요. 하지만 편리함만을 쫓는 삶, 미래가 탄탄하게 다져져 있는 삶이 꼭 좋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때로는 누군가 험난한 길을 걸어야만 할 때도 있어요. ‘사막의 농부’처럼 말이에요. 주위를 둘러보면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자신의 씨앗을 뿌리는 사막의 농부들이 있답니다. 어떤 길인지 계산하지 않고, 당장 눈앞의 수확에 연연하지 않고 사막을 경작하듯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 바로 내가 사막의 농부일 수도 있지요.
《사막의 농부》는 조금 더디지만 찬찬히, 멈추지 않고 스스로 가치 있다고 믿는 일을 해 나가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눈에 띄지는 않더라도 언젠가 자신의 자리를 환하게 빛낼 우리 모두를 위한 그림책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