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곁을 떠나 외할머니네서 지내게 된 아이,
엄마를 향한 아이의 애틋한 동심
누구에게나 ‘엄마’의 존재는 특별합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나는 가족이기도 하고, 어떤 시련으로부터 나를 지켜 줄 든든한 ‘벽’이기도 하지요. 곤경에 처했을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엄마’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 엄마와 헤어지는 경험은 어른에게도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더군다나 늘 엄마의 품이 그리운 아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지요.
책고래마을 서른네 번째 그림책 『외할머니네』는 엄마와 잠시 떨어져 지내게 된 아이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수영이는 출산한 엄마가 몸조리를 하는 동안 외할머니 집에 맡겨졌어요. 외할머니네는 기차를 타고 한참을 가야 하는 시골에 있었어요. 부엌에는 아궁이가 있고 큼직한 대야에 물을 받아 목욕을 해야 했지요. 낯선 생활이 불편하고 엄마가 보고 싶을 법도 한데, 수영이는 내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짐하듯 혼잣말을 하지요. ‘나는 엄마가 하나도 안 보고 싶다’고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체했지만, 수영이는 무척 속상했을 거예요. ‘엄마가 나를 버린 것은 아닌지’, ‘엄마를 다시 못 보면 어떡하나’ 불안하고 조마조마했겠지요. 무엇보다 엄마를 하루 빨리 만나고 싶지 않았을까요? 외할머니네서 보낸 몇 달이 수영이에게는 몇 년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졌을 거예요.
『외할머니네』는 엄마와 떨어진 아이가 겪는 마음의 변화, 순수한 동심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글을 쓴 박현숙 작가는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이 아이의 마음을 찬찬히 살핍니다. 그리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정갈하게 글을 빚어 나가지요. 그런가 하면 박성은 작가는 푸근하고 따뜻한 그림으로 외할머니네 풍경을 보여 줍니다. 수영이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엄마에 대한 애틋함이 느껴져 가슴 한편이 뭉클합니다. 또 수영이가 가진 맑은 마음은 독자들을 웃음 짓게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