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고 익살맞은 놀이와 그 안에 담긴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 요즘 아이들은 놀거리가 참 많습니다. 다양한 장난감과 볼거리, 탈것도 예전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을 뿐 아니라 휘황찬란하지요. 그뿐인가요?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 게임기 등 기능을 다 익힐 수도 없을 정도로 다양한 스마트 기기가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지요. 스마트 기기를 접하는 나이도 점점 낮아지고요. 이렇게 놀거리, 볼거리가 넘쳐 나는 만큼 우리 아이들은 행복할까요? 요즘 부모님들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가 스마트폰, 게임기와의 전쟁이라고 합니다.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땀 흘리며 뛰어다니는 것 대신 혼자 게임을 하고, 만화나 유투브 동영상을 보는 아이들이 훨씬 많은 게 현실입니다. 스마트폰을 빼앗고 게임기를 숨기고 “안 돼! 하지 마!” 소리치며 전쟁을 치르는 대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를 하나 발명하는 건 어떨지요? 책고래아이들 시리즈 열두 번째 동화책 《메롱 박사》는 기발한 놀이 이야기이자, 어른들을 꼼짝 못하게 만든 아이들 이야기예요. 기발한 놀이는 바로 ‘메롱 놀이’인데요, 누구나 다 아는 ‘메롱’이 뭐가 재미있냐고요? 메롱 박사 찬호가 만든 메롱이라면 다르답니다. 콜라 메롱, 우끼끼 메롱, 트위스트 메롱, 도깨비 메롱……. 찬호는 자기만의 특별한 메롱을 만들어 ‘메롱 수첩’에 적어 두었어요. 친구들에게도 알려 주었지요. 순식간에 반 아이들에게 인기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메롱 수첩이 사라진 거예요. 찬호는 메롱 수첩을 훔쳐 간 범인을 찾으려고 부지런히 뛰어다녔어요. 마침내 나타난 진짜 범인! 찬호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꼭 멋진 장난감이 없어도, 게임을 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놀잇감은 많아요. ‘누가누가 빠른가’ 친구들과 달리기 시합도 재미있고, ‘꼭꼭 숨어라’ 숨바꼭질은 조마조마하면서 재미있어요. 아이들은 별것 아닌 일에도 곧잘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뛰어놉니다. 그렇게 한바탕 웃고 떠드는 사이 마음에 쌓여 있던 것들도 어디론가 씻겨 내려가지요. 아이들에게는 배우고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노는 것도 중요해요. 좋은 놀이는 좋은 가르침 만큼이나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자라게 합니다. 《메롱 박사》는 ‘메롱’이라는 엉뚱하고 익살맞은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순수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한번쯤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메롱 박사 찬호의 비밀 수첩이 사라졌어요! 어른들의 눈에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친구를 향해 혀를 날름 내미는 것이 약 올리고 시비를 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래서 ‘나쁜 것’, ‘위험한 것’으로 여기고 야단부터 치지요. 아이들은 그저 한 가지 놀이일 뿐인데도 말이에요. 《메롱 박사》에서 클란다 선생님이 그랬어요. 아이들이 메롱을 할 때마다 벌점을 주었답니다. 선생님한테는 메롱 박사 찬호가 눈엣가시였을 거예요. 반 아이들 사이에서 메롱이 인기를 끌게 된 게 모두 찬호 때문이었으니까요. 찬호는 누구도 모르는 특이한 메롱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알려 주었어요. 덕분에 3학년 3반 아이들은 자기만의 메롱을 하며 놀았지요. 그런데 하루는 찬호의 메롱 수첩이 감쪽같이 사라진 거예요. 메롱 수첩에는 그동안 찬호가 만들었던 기발한 메롱이 모두 적혀 있었어요. 사물함을 아무리 뒤져도 메롱 수첩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찬호는 현아를 의심했어요. 현아는 맨 처음 메롱 수첩에 대해 알게 된 친구였어요. 수첩이 사라지던 날 현아의 주특기인 ‘킹콩 메롱’ 페이지만 남아 있어서 더욱 수상쩍었지요. 그런데 현아가 갑자기 수첩을 훔쳐 간 범인을 가르쳐 주겠다는 거예요. 찬호를 교실 밖으로 데리고 가서는 범인이 서준이라고 일러 줍니다. 메롱 때문에 다투기까지 한 서준이가 범인이라니, 찬호는 코웃음을 쳤어요. 현아는 서준이가 남몰래 ‘우끼끼 메롱’을 연습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어요. 다음 날, 찬호는 학교에 오자마자 서준이를 찾아갔어요. 그리고 메롱 수첩을 내놓으라고 했지요. 옥신각신하는 찬호와 서준이. 찬호가 ‘우끼끼 메롱’을 날리며 도망다니자 서준이가 울음을 터뜨렸어요. 사실 서준이는 귀가 원숭이처럼 쫑긋 선 모양이어서 친구들이 ‘우끼끼’ 하는 것이 메롱 이름인 줄 모르고 자기를 놀린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뒤늦게 사실을 알고 친구들 모르게 따라해 봤던 거고요. 서준이도 메롱 수첩을 훔쳐 간 범인은 아니었던 거지요. 벌점이 10점이 된 찬호는 클란다 선생님과 단둘이 나머지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선생님은 수학 문제가 빼곡한 문제지를 주고는 교무실로 갔어요. 얄미운 반장 보나가 찬호를 놀려댔어요. 이상한 건 보나가 ‘도둑 메롱’을 알고 있었다는 거예요. 찬호는 허겁지겁 문제지에 답을 적고 보나를 따라갔어요. 교무실 앞에서 안을 들여다보는데, 클란다 선생님 책상 위에 낯익은 수첩이 보였어요. 자신이 만든 메롱 수첩이요! “안 돼!”, “나빠!” 대신 아이들과 눈을 맞추어요! 클란다 선생님은 메롱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했어요. 아이들 말은 들어 보려고 하지도 않았지요. 반장인 보나를 시켜 메롱 하는 아이들에게 벌점을 주고, 찬호의 메롱 수첩도 말도 없이 가져갔습니다. 사실 메롱은 3학년 3반 아이들이 노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인데 말이에요. 메롱을 하면서 울거나 싸운 아이는 없었어요. 오히려 현아는 킹콩 메롱을 한 뒤로 반 아이들이 ‘슈퍼 땅콩’이라고 놀리지 않게 되었고, 서준이는 우끼끼 메롱 덕분에 남다른 귀의 모양 때문에 가졌던 부끄러움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어른들의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많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놀이’가 되고, ‘장난감’이 되고, ‘친구’가 된답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꼭 무슨 일이든 벌어질 것만 같지요. 어른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꾸 야단을 치고, 혼을 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한 뼘씩 성장해 나가요. 늘 짓궂게 장난을 치는 말썽꾸러기들 같지만 가만 보면 서로 위하고 챙기는 모습이 참 따뜻합니다. 누구나 어렸을 적에는 사고뭉치가 아니었을까요?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조잘조잘 시끄럽게 떠들기도 하고, 교실에서 뛰어놀다 우당탕탕 넘어져 다치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는 그런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아이들에게 “안 돼!”, “나빠!” 꾸지람을 하지요. 《메롱 박사》에서 클란다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요. 그러나 찬호와 친구들은 클란다 선생님께 ‘미안하다’는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 냈어요. 어른들이 만든 잣대, 기준, 규칙에서 벗어난다고 무조건 잘못된 것, 나쁜 것은 아니라는 걸 일깨워 주지요. 어른들이 모르는 게 있습니다.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하면 뭐든 더 재미있어진다는 사실’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속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고 신나는지 함께 마음을 나누면서 말이에요. ◎서울시교육청도서관 추천도서